[심상준이 만난 우리 교민] 한상(韓商), K-마켓 고상구 회장의 기업성공의 비결

by Vyvy posted Feb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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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10월 22일 전라남도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제18차 세계한상대회’ 개회식에서 고상구 18차 세계한상대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출처=K&K 글로벌 트레이딩
지난 2019년 10월 22일 전라남도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제18차 세계한상대회’ 개회식에서 고상구 18차 세계한상대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출처=K&K 글로벌 트레이딩

필자는 최근 베트남에서 '비지니스 성공사례'란 주제로 강사로도 활약하는 고상구 K&K 글로벌 트레이딩 회장과 만나 담소를 나눈 적이 있다.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서 그의 사업의 성공요인이 독특한 경영철학 외에 자신의 사업에 현지문화를 활용하는 탁월한 능력 때문인 것을 알았다. 그의 현지문화의 접목 능력은 거의 귀재(鬼才)에 가까울 정도이다. 그가 이렇게 된 것은 첫 사업 때 문화와 상관없이 덤볐다가 실패의 쓰라린 경험 이후부터였다.  
 

베트남의 지도에 나타난 지형의 이미지는 베트남 여성의 몸매처럼 허리가 쑥 들어간 길고 가느다랗게 드리워진 'S자형'의 모양이다. 고 회장은 베트남여성의 허리사이즈를 고려하지 않은 체 한국인 체형의 옷 사이즈를 베트남에 들여왔던 것이 화근을 불러일으켰다. 

무지는 실패를 낳는 법이다. 그러나 두 번째 사업부터는 달랐다. 패점 전 마지막 세일로 건진 돈으로 인삼주를 시판해서 재기의 발판을 삼았던 것이다.

이것은 그가 베트남인의 실증적(實證的) 사고를 십분 활용했던 점이다. 베트남사람은 이론적, 논리적 설득에 잘 넘어가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단순히 실제로 증거가 되는 것을 눈앞에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제조해서 만든 여러 형태의 포장된 인삼이 아닌 살아있는 싱싱한 뿌리 달린 실제 인삼을 그것도 술에 담아 누구든 근사하게 볼 수 있도록 전시(展示)해서 판매한 것이 효력을 보았다.   

게다가 인삼뿌리의 모양을 용(龍)이 되기 前, 용의 새끼 모습과 연동시킨 것도 적지 않은 효과였다. 왜냐하면 '용'은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민족의 토템으로 삼는 신령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는 용이 들어간 지명이 수없이 많다.

그 중에 대표적인 지명이 남부의 메콩강에서 갈라지는 9개의 지류인 구룡강(九龍江)과 북부의 수도 하노이의 최초 이름인 탕롱(Thăng Long, 昇龍)이다.

이태조(Lý Thái Tổ, 1010-1028)가 화르 닝빙에서 천도를 준비하고 있을 때 지금의 하노이 지역에서 꿈에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천도계획을 길조로 생각했다. 우리도 용꿈을 길몽이라 하듯이 고 회장은 용처럼 생긴 인삼을 술이 담아 예쁜 병에 넣어 전시해서 베트남인의 실증적 사고와 잘 매치시켰다. 이때 벌여드린 수입으로 오늘날의 K-마켓을 시작한 종잣돈이 된 것이다.   

그렇다해도 K-마켓의 성공의 결정적 요인은 역시 문화에 뿌리를 둔 현지화에 있다. 베트남은 원래 랑(làng)이라고 하는 촌락이 대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 안에서 자급자족이 모두 이루어지는 만큼 우리나라처럼 멀리 마실을 나간다든지 상품의 유통을 위해 자기 마을에서 멀리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  

고 회장은 이것을 착안, 베트남인의 멀리 이동하는 것을 꺼려하는 비천이적(非遷移的) 사고를 이용해 K-마켓을 “집 가까이에 있게 하되, 대형마트보다는 가깝고 게다가 편의점에는 없는 ’신선 식재료’를 항상 공급한다”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이것은 대형마트에 가지 않아도 기본적인 생필품의 구색을 다 갖추어 언제든지 필요시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편리성(tính tùy tiện)을 추구하는 베트남인의 사고(思考)와 완전히 부합된다.

자급자족적 소농·소상의 사고는 상황에 따라 편리하게 일하는 사고에 영향을 주었다. 바로 이런 사고 때문에 베트남인은 체계적이고 복잡하고 번거롭고 까다로운 것에 빨리 적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K-마켓의 도시내 아파트단지에 입점으로 사람들이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멀리 대형마트로 가서 지하에 주차하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번거로움이 없이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또한 가까운 편의점에는 없는 생활필수품, 생식품, 신선한 야채와 과일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K-마켓이 베트남기업보다 더 친근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것은 K-마켓이 베트남인이 운영하는 기업보다 훨씬 문화적으로 더 현지화했기 때문이다.

한때 베트남 현지 건설업체들이 하노이 근교에 수많은 연립주택과 아파트를 지어놓고 아무도 입주를 하지 않는 소위 유령건물(nhà hoang, nhà ma)을 만든 것도 바로 거주지역에 유치원, 학교, 주민센터, 병원, 약국, 보건소, 시장, 식당, 카페, 마트 등의 편리성을 추구하는 베트남인 사고를 완전히 도외시한 채 분양에만 눈이 어두웠기 때문이다.

이점에 있어서는 한국의 모건설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이 얼마나 큰 손실을 불러오는 일인가는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서는 깨닫지 못한다. 

K-마켓은 전통적인 현지인의 사고에 맞는 마케팅전략 외에도 베트남 전쟁 때 사용한 게릴라 전술까지 구사함으로써 오늘날 K-마켓을 전국적인 매장으로 확대시킨 토대가 되었다. 과연 그러한가?  

K-마켓은 롯데나 빅씨(Big-C) 등과 같은 글로벌 대형마트와 정면승부를 걸기에는 왜소한 중소기업형의 마트이다. 베트남 전쟁 때 소국인 베트남이 미국과 같은 강대국과 싸울 때 한 곳에 병력을 집중시켜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았다. 가능한 한 전면전을 피하고 전선을 분산시키면서 게릴라전을 펼쳤다. 필요시에는 수도까지 내어줄 만큼 과감히 철수할 줄 알았다. K-마켓도 이러한 게릴라전술을 발휘한 것이다.  

K-마켓은 전략적으로 적지(適地)에 빨리 침투해 들어가서 매장을 만들고 그리고 장사가 안 될 경우에는 빨리 접고 미련없이 빠져나올 줄 안다. 이것은 완전히 베트남식 게릴라 전술이다.

대형마트의 경우는 수백억씩 투자해 놓고 장사 안된다고 당장 접을 수가 없다. 철수한다고 할 때 법적인 관계가 그만큼 어렵고 복잡하고 또 철수할 때는 투자비용이 많아 리스크가 상당히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K-마켓은 게릴라전에 매우 능하기에 철수할 때도 언제든 손쉽게 철수할 수 있다. 왜냐하면 매장 하나만 접는다면 그냥 그대로 손해 볼 수밖에 없지만, 접은 장비는 다른 매장으로 옮겨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고상구 회장, 'We are one'으로 화마(火魔)도 삼켜

고 회장의 첫 번째 사업의 위기는 문화를 몰라 초래했다면 두 번째의 위기는 화재 때문이었다. 이때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도 현지문화의 접목과 깊은 관계가 있다.  

지난 2014년, 고 회장은 하노이 한인회장이 되자마자, 그해 2월에 그랜드 플라자에 있는 신한은행지점 오픈식에 참석하고 와서 하노이 사무실에 앉아 있을 때 물류창고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K-마켓 물류창고 화재 현장을 둘러 보고 있는 고상구 회장
K-마켓 물류창고 화재 현장을 둘러 보고 있는 고상구 회장

이때 K-마켓 직원들은 모두 울고불고 야단할 때 고 회장은 미동도 하지 않고 "성공한 사람들은 이런 쓰라린 실패의 경험이 없으면 재미 없쟎니? 불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고,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는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며 "이제 다시 스토리를 만들자, 우리 다 같이 함께 회사를 일으키면 되지 않겠니?" 이때 나온 K-마켓 회사 구호가 ‘We are one’이다.  

이것은 고 회장이 베트남 사람은 평소에는 질서도 없고 느리고 오합지졸 같은데 무슨 문제가 생기면 확~모여 순식간에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호찌민이 독립을 위해 54개의 민족을 하나로 묶기 위해 사용한 단결! 단결! 대단결!(Đoàn kết! Đoàn kết! Đại đoàn kết!), 성공! 성공! 대성공!(Thành công Thành công Đại thành công) 이라는 구호에서 벤치마킹한 것이다.  

K-마켓은 이때부터 직원들의 힘을 모아 단합해 소통의 창구로 '워크삽'을 열어 사업의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면서 성장의 날개를 달았다. 화재 때 날라간 10억원의 잿더미 속에서 3년 만에 대성공을 쟁취했다.

K-마켓 물류창고 대형화재 이후 고상구 회장은 전임직원을 대상으로 '워크샵'을 개최, 연단에 올라 강연하는 모습
K-마켓 물류창고 대형화재 이후 고상구 회장은 전임직원을 대상으로 '워크샵'을 개최, 연단에 올라 강연하는 모습

 

K-마켓 워크샵 전경
K-마켓 워크샵 전경

2017년부터 지금까지 5년 연속으로 K-마켓이 베트남 100대 브랜드에 올랐다. 이것은 2016년도에 2위였던 삼성이 1위인 베트남 최대 국영기업인 석유가스그룹을 제치고 베트남 최대기업으로 올라온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성공이다.  

왜냐하면  K-마켓은 소기업이기 때문이다. 그의 성공은 무서운 정신력으로 화마(火魔)가 낳은 ‘불리한 상황을 취하여 유리한 상황으로 바꾼 성공’이기에 삼성의 베트남 기업랭킹 1위를 부러워하지 않는 이유다. 이 정신력 또한 베트남의 게릴라 전쟁예술의 비결에서 나온다. 베트남은 '강대국과 맞설 때 약한 것을 가지고 강한 것을 물리치며, 적은 무리를 취하여 많은 무리를 물리치며, 불리한 것을 취하여 유리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고 회장이 거둔 성공은 만족할 만한 성공이다. 현재 전국에 120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프리미엄 한식품 매장인 ‘K-마켓’을 비롯해 인삼매장(스타코리아), 한식매장(푸드스토리)등이 있다. 연간 매출액이 1억4000만 달러(약 1600억원), 종업원이 약 1500명이다. 물론 이 모든 성공이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한 결과만은 아니다. ‘프리미엄화’와 ‘차별화’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경영철학도 그의 성공 요인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고상구 회장 주요 이력]

*1958년 대구출생, 대구성광고,고려대 경영대학원(수료)

*2014년 아·태 한국식품수입상 연합회장 역임

*2016년 베트남한인연합회장 역임

*2018년 국민훈장 동백장

*2019년 제18차 세계한상대회 대회장 역임

*2006~현재 K&K 글로벌 트레이딩 회장

출처:https://www.asean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2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