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준 아바나 무역관장 "美제재로 자금이동 제약…공공영역서 투자 길 열어야"
'세제 혜택' 마리엘 경제특구 진출 기회 가능성…"6월 서울식품전에 쿠바 초청"
[촬영 이재림 특파원]
(아바나=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한국과 쿠바의 전격적인 수교로 양국 간 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교역 확대를 위해선 쿠바로의 원활한 자금이동 통로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성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아바나무역관장은 1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역대금 결제 문제 탓에 기업 간 교류를 늘리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유 관장은 "현재 우리나라 은행들은 보통 제3국에 대한 송금 업무 등을 위해 중간에 미국계 은행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미국계 은행은 쿠바로의 대금 송금 등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촬영 이재림 특파원]
실제 미국의 '쿠바 자유와 민주화를 위한 법'(헬름스버튼 법)에 의해 미국 정부로부터 각종 법적·경제적 제재를 받는 쿠바에서는 달러를 통한 대금 지급이 막혀 있다.
근본적으로 경제 체제가 국가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쿠바 내 외국인 투자자들은 그간 수입 대금 미지급 등을 수시로 경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국 수교를 계기로 공식 경제협정 체결이나 공적개발원조(ODA) 등 후속 조처가 이어질 경우 기업 진출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현지에서는 보고 있다.
유 관장은 "쿠바의 경우 우리나라와 교역 및 원조를 확대하는 한편 한국 기업 투자 가능성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며 "현재 시점에서는 기업 간 교류에 앞서 양국 정부나 공공기관 간 협력이 우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트라 아바나무역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우에 따라선 수도 아바나 서쪽에 465㎢ 규모로 조성 중인 마리엘 경제특구(종합산업단지)에 한국 기업들이 입주할 기회도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유 관장은 "마리엘 특구 투자 시 모든 외국인 투자 기업에 각종 세제 혜택이 부여될 것이라고 쿠바 측에서 발표한 바 있다"며 "자금이동의 어려움과 양국 간 투자 보장 협정 미체결 등으로 단기적 관점에선 기회가 제한적으로 보이나, 지속적인 상황 모니터링을 통해 기업 진출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역 품목 다변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쿠바에 자동차 부품, 승용차, 기계류, 발전기 등 3천567만 달러(476억원)가량 수출했고, 쿠바로부터 고철, 해산물, 주류(럼주), 담배(시가) 등 684만 달러(91억원)어치를 수입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쿠바는 이차전지 생산에 필수적인 니켈과 코발트의 주요 매장지"라며 "미국 제재 해제 시 신흥 시장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광물 공급망 분야 협력 잠재력을 언급한 바 있다.
(아바나=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18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의 명소 중 한 곳인 말레콘에 방파제 넘어 파도가 치고 있다. 2024.2.20
쿠바 내 유일한 한국 공공기관으로 2005년 설립된 아바나무역관은 그간 양국 교역 투자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유 관장은 "2016년 기획재정부와 쿠바 대외무역부 간 업무협약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정책 자문을 시행했다"며 "오는 6월 서울식품전에 쿠바 국가관을 초청하는 한편 11월엔 아바나국제박람회에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한국 홍보관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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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s://www.yna.co.kr/view/AKR20240220001100087?section=international/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