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갱단 폭력이 심화하는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의 피해와 고통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아이티와 이웃 도미니카공화국을 거점으로 30년 가까이 의류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교민 하해주(58)씨는 1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거의 2∼3주간 공장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주 초 현지 직원들이 조금씩 가동을 재개했다"며 "작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두 나라 공장에 약 150명 넘는 현지인 직원을 둔 하씨는 갱단 폭동으로 공항과 항구를 일시 폐쇄하기 직전인 지난달 말 도미니카공화국에 일을 보러 갔다가 발이 묶였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22년에도 갱단 유혈 다툼에 연료를 구할 수 없어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공장 문을 잠시 닫는 등 애를 먹은 적 있지만,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올해 상황은 어느 때보다 더 나쁘다고 전했다.
섬나라 특성상 항구를 통한 교역이 필수적인데, 갱단 폭력 때문에 해상을 거치는 원활한 물품 이동길이 거의 막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씨는 "원부자재를 더 들여오거나 작업한 물품을 외부로 운송하려면 배가 항구로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예컨대 바이어 납기 시일을 놓치거나 대금 결제에 난항을 겪는 등 (업체들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