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서울 핵안보 심포지엄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2012 서울 핵안보 심포지엄'에서 그레이엄 엘리슨 美 하버드대 벨퍼 과학·국제 관계 연구소 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2.3.23
belltolls@yna.co.kr [2023.07.11 송고]
엘리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한다.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기원전 431∼404)를 통해 아테네와 스파르타 전쟁 상황을 기술했다. 기존 맹주인 스파르타가 신흥강국 아테네에 불안을 느껴 결국 전쟁을 벌이게 됐다는 것인데, 이런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역사를 통해 반복됐다고 그는 서술했다.
엘리슨 교수는 지난 500년간 지구 상에서 발생한 초강대국과 도전세력의 충돌사례를 살펴봤는데, 그 결과 16번의 투키디데스 함정 사례에서 12차례 전면전으로 이어졌음을 강조했다.
그의 저서 발간 이후 미국 내에서는 패권도전국으로 중국을 겨냥하는 담론이 본격화됐다. 마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즈음 공산당 대회 등을 통해 '중화민국의 중국몽'을 강조하면서 미국 내 중국 경계론이 더욱 강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던 2018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4조달러를 넘어 20조달러의 미국 GDP의 66%에 달할 정도로 성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결국 중국이 미국에 맞서게 될 것이며, 이는 양국 사이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학계 흐름이 주류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보면 미국과 중국이 패권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엘리슨 교수를 앞에 두고 왕 주임은 미중 관계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 셈이다.
그가 "중국과 미국은 역사·문화적으로 완전히 다른 국가로, 자기 기준으로 상대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 철학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 사상이 있는데, 이는 미국 일부 인사가 이분법적 대립 사고를 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왕 주임은 지난해 9월 몰타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의 발전은 강대한 내생적 동력을 갖고 있으며 필연적인 역사 논리를 따르는 만큼 저지할 수 없다"면서 "중국 인민의 정당한 발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과연 미국과 중국이 '예정된 전쟁'의 길로 나아갈 것인지, 왕 주임이 강조한 것처럼 '화이부동'의 길로 향할 것인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중국을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경쟁 상대'로 인식하고, 중국도 미국의 패권을 넘어서려는 야심을 버리지 않는 한 미중 관계의 어려움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게 학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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