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전문가 "미중 갈등과 연관…안보 분야도 美 제치고 인니와 더 가까워지려는 전략"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미국과 일본, 필리핀 3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강력한 안보 연합을 추진 중인 가운데, 중국이 동남아시아 '강국' 인도네시아를 자신들 쪽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공들이는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승리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중국에 도착해 하루 전 시진핑 국가주석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프라보워 장관은 "중국은 지역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국방 협력의 핵심 파트너 중 하나"라며 "중국과 방위 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생산적인 대화 관계를 구축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에 시 주석은 프라보워 장관을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라고 말하며 인도네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동남아시아 지역 해양 안보 유지를 위한 양국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찾은 프라보워 장관은 대선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낙선 후보들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해 당선 확정을 위한 헌재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은 국방장관이자 아직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지 않은 그가 중국에서 시 주석과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국방부도 프라보워 장관이 둥쥔 국방부장만 만날 예정이었지만, 시 주석이 초청해 시 주석 및 리창 중국 총리까지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이 인도네시아에 공들이는 것은 최근 들어 미국과 일본, 필리핀 3국이 손을 잡고 남중국해에서 강력한 '중국 포위작전'을 구축하는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달 중 미·일·필리핀 3국이 정상회의를 열어 남중국해에서 공동 해군 순찰을 실시하는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합의를 맺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런 만큼, 프라보워 장관에 대한 '이례적 환대'는 중국이 동남아시아 강국이자 남중국해를 공유하는 섬나라 인도네시아를 우군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미국-일본-필리핀 주도의 '남중국해 포위 작전'에 구멍을 내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인도네시아를 이끌어 온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비동맹 외교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경제는 중국과, 안보는 미국과 가까운 관계를 맺어왔다.

현재 중국은 인도네시아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투자국이다.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사업과 니켈 제련소 등 천연자원 하방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가자마다 대학(UGM)의 국제관계학 교수 다프리 아구살림은 중국이 안보 분야에서도 미국을 제치고 인도네시아와 더 가까워지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프라보워 당선인을 초청해 국가 정상급 예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현지 언론 템포와 인터뷰에서 한 국가의 정상이 아직 공식적으로 당선이 확정되지 않은 다른 국가의 대선 후보를 초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미·중 갈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자카르타 포스트도 프라보워 장관의 이번 방문이 인도네시아의 균형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중국과 국방 관계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시선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해석들이 나오자 프라보워 장관이 이끄는 그린드라당은 시 주석 면담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면서 "시 주석과의 만남은 단순한 친목을 위한 것이었으며 양국 간 특별한 합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프라보워가 중국 방문에 이어 곧바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을 찾는 것은 그가 차기 정부에서도 인도네시아의 '중도' 전략을 이어받겠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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