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이란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자국 영사관이 폭격 받자 즉각 이스라엘에 되갚음을 경고하면서 수십년간 이어져온 양국의 해묵은 갈등이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역내 주도권을 위해 물밑으로 지속적으로 도발과 보복을 반복해온 양국이 이번 일을 계기로 대놓고 공개적으로 서로를 타격하면서 6개월을 꽉 채운 가자 전쟁이 중동 전체로 번지고, 결국 미국까지 전쟁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이하 현지시간) 이번 시리아 영사관 폭격으로 오랫동안 부글부글 끓던 양국의 '그림자 전쟁'이 위험한 새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옆 영사관 건물에 미사일 6기가 떨어져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지휘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와 레바논과 시리아 주둔 쿠드스군 부지휘관 모하마드 하디 하지 라히미 등 이란 군 고위 관계자들 및 민간인 등 총 13명이 숨지자 이란은 이를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지목하며 보복을 공언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일 발표한 성명에서 "혐오스러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우두머리들에게 저주가 있을 것"이라며 "이 사악한 정권을 우리 용감한 사람들의 손으로 징벌할 것이다. 신의 뜻에 따라 그들이 이 범죄를 후회하도록 만들어 주겠다"고 밝혔다.
WSJ은 이스라엘이 최근 몇년 동안 이란과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등 중동 지역의 이란 대리 세력을 겨냥해 수백 차례 폭격을 감행해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이번 시리아 영사관 폭격은 목표물이 외교 시설일뿐 아니라 이란군 고위 지도자들이 피살당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른 행위라고 지적하며 이번 일로 역내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