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친미·독립' 성향의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부총통 당선인이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은 미국과 대만의 접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샤오메이친 대만 부총통 당선인의 미국 방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중국은 미국과 대만이 어떠한 형식의 공식적 왕래를 전개하는 것에도 단호히 반대한다"며 "형세의 진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왕 대변인의 언급은 단 두 문장에 그쳤고, 대만·미국을 겨냥한 강경한 비난도 없었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는 5월 취임을 앞둔 샤오 당선인이 이번 주 미국 워싱턴DC를 '조용히 방문'(a low-profile visit)할 예정이라고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부친이 대만인, 모친이 미국인인 샤오 당선인은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미국통'으로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주미 대만 경제문화대표부(TECRO) 대표를 지냈다. 주미 대만 대표는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가 없는 미국에서 실질적인 대사 역할을 하는 자리다.

WSJ는 "샤오 당선인이 바이든 행정부의 구성원들과 새 대만 정부의 의제를 논의할 계획"이라는 소식통들의 전언도 소개하면서 "워싱턴 방문 이후 개인 자격으로 유럽의 주요국 수도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대만 총통부와 외교부는 언론 보도에 관해 확인을 거부했고 민진당 대변인도 "개인 일정"이라고만 언급한 상태다.

이는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미국을 방문하더라도 개인 자격으로 최대한 비공개로 방문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중국은 4년 전인 2020년 1월 차이잉원 현 총통의 러닝메이트로 당선된 라이칭더 부총통 당선인(현 총통 당선인)의 미국 방문에 반발해 대만을 상대로 공군을 투입해 위협 비행에 나서는 등 무력시위를 했다.

당시 워싱턴DC를 찾은 라이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함께 연례 국가 조찬기도회에 참석하고, 미 백악관에서 미국 관료들과 70분간 회담했다.

민진당의 천관팅 입법위원(국회의원)은 라이 총통 당선인이 4년 전에 '선례'를 만들어 놨기 때문에 샤오 당선인의 방미가 의외는 아니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지만, 중국이 어느 정도 반발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관측도 엇갈리고 있다.

중국이 '단호히 반대'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는 등 또다시 무력시위 같은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지만, 대만 총통 취임과 미국 대선 레이스를 앞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대응 수위를 일단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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